시니어 개발자 되다

회상

지난 2005년에 호주에 도착해서 2년 반의 기간동안 학력 세탁을 끝내고 2007년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한국에서부터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땐 애들 장난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HR 컨설턴트로 경력을 시작했다가 개발자로 전업을 했으니 배경 지식이 있기를 해 뭐를 해…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개발자 전업에 무모할 수 있었던 것은 학부 때 HTML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봤던 경험 하나와 그 때 모셨던 팀장님께서 공공개발 PM으로 가시면서 대학 후배인 나도 함께 데리고 가셨기 때문에 겁도 없이 따라갔더랬다. 근데, 델파이는 뭐고 ASP는 뭐고 닷넷은 뭐냐고요…

결국 멘붕에 이르러 호주로 넘어왔다. 기왕 넘어온 거 IT쪽으로 학력 세탁을 하고 제대로 개발자 커리어를 쌓아보자 싶었지. 야튼, 그래서 시작한 개발자 인생…

주니어 개발자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고 공부머리는 남아 있어서 나름 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멘토링을 해주시던 교수님께서 레퍼런스를 잘 해주셔서 졸업과 동시에 주니어 개발자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이게 2007년 11월이었지. 딱 6년 전이네. 나이 서른 중반에 주니어 개발자라니! 그래도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연봉도 지금의 딱 절반 수준이었군. 완전 최저임금만 받고 다닌 거였다.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연봉을 올리기 위해 거의 매년 이직을 했고, 인터뷰 때마다 왜 이직이 잦은가에 대한 설명/해명도 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연봉이 올라갔다. 물론, 다양한 업종에서 경력을 쌓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시야가 점점 넓어지게 됐지.

시니어 개발자

주니어 개발자로 시작한지 만 6년 만에 드디어 오늘 공식적으로 시니어 개발자가 됐다. 나이 사십에 시니어 개발자가 겨우 됐다. 이십대 중반에 벌써 시니어 개발자 내지는 아키텍트 역할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태반인데, 난 이제 시니어 개발자가 됐다.

이 나라에서 나이는 중요한게 아니라서 먼 길을 돌아돌아 온 감은 있지만, 이제서야 시니어 개발자가 어쨌든 됐다. 지난 반년 동안 계약직으로 대여섯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많이 늘었다. 덕분에 지금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물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계약직 시절 연봉보다는 턱도 없이 적은 연봉이긴 하다만, 이제 겨우 시니어 개발자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에서 내 개발자 커리어의 비전을 보여준 상황에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고보니, 주니어때는 지금 연봉의 절반이었지만, 그땐 과외를 많이 해서 지금보다 현찰은 더 많았군. 지금은 과외가 많이 줄어서 월급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다보니 너무 빡세.


이제, 또 하나의 마일스톤을 호주에 올려놓았다. 유학생 > 주니어 개발자 > 시니어 개발자. 이제 다음 마일스톤은 언제쯤 어떤 색깔로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기대가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