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트는 래블업 CEO 이신 신정규님께서 언급하신 K-Code 관련 단상에 좀 더 내 생각을 덧붙여 본 것.
- 화타가 그랬다던가. 의사중 하수는 병이 걸린 사람을 고치고, 중수는 병이 걸리기 전에 사람을 고치고, 고수는 병이 걸릴 환경 자체를 고친다고. 정확한 워딩은 다르겠지만, 대략 이런 의미였지 싶다.
- 소프트웨어 개발 쪽도 대충 비슷한데, 3S라고 표현한다. Sourcing, Solution, Service. 즉, 가장 먼저 내가 필요한 것들을 외주를 줘서 다 만들게 하고 나는 관리만 하면 됨 (Sourcing). 만약 외주를 주는게 좀 그러면 기존에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솔루션들을 가져다가 커스터마이징해서 쓰면 됨 (Solution). 마지막으로 그것도 대안이 아닐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직접 개발하는 것 (Service).
- 일단 정부 소프트웨어 R&D 과제의 장기적 관점에서 오픈소스 형태로 관리하고 싶다는 취지는 백퍼 동감. 사실 정부 시스템 혹은 정부출연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그 방향이 맞다고 봄. 그런데, 그걸 위해서 새로운 코드 아카이빙 시스템을 개발하려 한다? 그건 최후의 선택일 뿐이지 그 전에 다른 방법들을 좀 더 주도면밀하게 검증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지금 소속사 전에 꽤 오랫동안 컨설팅을 해 왔더랬으니,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고객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방향에서 좀 짚어보자.
- 어차피 한국내 정부주도 소프트웨어 R&D 사업은 외주를 주는 형태(Sourcing)로 SI 시장에서 다 가져가고 있으니 그걸 관리감독만 잘 하면 된다. 이미 그 분야 정부쪽 카운터파트의 역량은 충분히 검증됐을 테니, 이제 제대로 시행사에 대한 관리감독만 잘 하면 됨. 어차피 요구사항은 정해져 있을테니 그 요구사항만 잘 정리해 주면 될 듯.
- 그렇다면 그 요구사항에는 뭐가 있을까? 기존에 이미 글로벌하게 검증된 서비스를 사용하면 됨. 예를 들어 GitHub 같은 게 있겠지. 깃헙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라이센스를 구입하면 일반적인 깃헙 형태가 아니라 인트라넷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음. 그 어차피 엔터프라이즈 라이센스는 기본 와꾸(?)만 정해져 있을 뿐이지 세부 조항은 계약 당사자 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 요구사항 전달해 주면 충분히 커스터마이징 가능함. 막말로 일년에 몇십억원(몇백만불)짜리 라이센스 금액 지불하면서 "우리 이런저런 기능 필요해염~" 하면 안 해줄까? 그 세부 조항에 한국어 UI 지원 여부도 넣을 수도 있겠지.
- 이미 우리는 영국 디지털 정부 서비스가 깃헙을 충분히 비슷한 용도로 잘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음. 맨날 사례로 공유하면서도 그걸 차라리 K-Code 서비스로 활용해 볼 생각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함.
- 만약, 데이터 주권 어쩌구 싶으면 엔터프라이즈 라이센스 세부 조항에 우리 데이터 센터는 애저 클라우드 한국 리전에 세팅해 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 모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이고 한국에 이미 애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가 두 곳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에서 지정한 각종 심사를 통과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써야 한다면 깃헙 엔터프라이즈 서버 라이센스를 사서 네이버 클라우드에 호스팅해서 쓰면 됨.
- 굳이 깃헙 엔터프라이즈 라이센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깃헙 무료계정에서 사용하는 UI및 UX 경험이 동일하기 때문임. 개발자 입장에서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 없음. 게다가, 이렇게 라이센스 받아두고 정부 R&D 과제를 수행할 때 리포지토리를 파서 쓸 수 있게끔 세팅만 해 주면 됨. 과제 수행 중에는 private 설정으로 두고, 과제 종료후 공개 시점에 되면 public 으로 오픈하면 됨. 그러면, 사실 고민하는 여러 요구사항들이 다 해결되는 거 아님? 이렇게 되면 소스코드가 유실될 염려도 없고, 운영 주체가 사라진다거나 교체된다거나 해도 서버는 남아있으니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음.
- 만약 오픈소스 라이센스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 LG가 메인 스폰서로서 운영하는 FOSSLight라는 오픈소스 거버넌스 프로젝트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음. 그거 쓰면 됨.
- 이미 기술적으로는 현 상태에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다른 방식으로 그걸 구현해 내고 싶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단체/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