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아드보캇 포지션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저희 팀에서 이번에 새로 한국에서 저와 같이 일을 할 포지션을 오픈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 "아드보캇" 이라는 역할이 생소한데요, 이 포스트를 통해 간단하게 제가 팀에서 하는 일, 그리고 디벨로퍼 아드보캇이 하는 일, 더 나아가 DevRel(Developer Relations)이라는 역할이 하는 일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을 해 볼까 합니다.
DevRel이 뭔가요?
Developer Relations, 줄여서 DevRel 이라고 부르는 역할이 최근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Public Relation (PR), Customer Relation (CR)이라는 표현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어떤 회사/조직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회사의 어떤 이미지를 전파하는 일을 할 때 그 일을 통틀어 PR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이 여기에 포함이 되겠죠. 조직의 핵심 역량과는 살짝 거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일반 대중이 조직에 대해 갖는 어떤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아마도 회사 차원에서 어디로 자원 봉사를 간다던가 하는 것들도 PR 활동 중 하나겠죠. 매체에 광고를 한다는가 하는 것들도 비슷하겠구요.
반면에 CR은 좀 더 범위가 구체적입니다. CR은 기존 고객들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고객들을 직접적인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을 주로 가리킵니다. PR보다 좀 더 범위가 좁고 구체적이죠. 이메일 마케팅이라든가, 판촉물을 뿌린다든가 등등... 이런 것들이 CR 활동의 일부가 될 겁니다. 물론 PR과 CR은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어떻게 보면 PR 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CR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게 아주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대략 감이 올 수도 있겠는데요, DevRel 은 바로 개발자를 대상으로 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특이하게도 DR이라는 표현보다 DevRel 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는 편인데요, 아무래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DR이 재해/재난 복구(Disaster Recovery)를 연상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나름 추측합니다. 그렇다면 DevRel은 개발자를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할까요?
개발자들은 보통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필요로 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트렌드를 다 쫓아갈 수도 없거니와 쫓아간다 해도 그게 다 내가 필요한 것들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선에서 적절히 취사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물론, 그러한 취사선택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고, 이 발전이 곧 자신의 몸값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너무 오랜 기술에 천착해서 머물러 있는 것도 결국 개발자 본인에게는 좋은 선택은 아니죠. 그렇다면 어떤 트렌드를 따라야 할까에 대한 가이드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나옵니다. 수많은 개발자 커뮤니티 중에 본인이 관심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계속 기술을 습득하겠죠.
그렇다면 개발자 커뮤니티는 어떻게 운영이 될까요? 실제 운영진들이 운영을 하겠죠? 하지만 누군가 컨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밋업이든 컨퍼런스든 온라인 게시물이든... 운영진이 이걸 다 할 수는 없고, 커뮤니티 멤버들이 이 컨텐츠를 채워주겠죠. 여기서 DevRel이 등장합니다. 커뮤니티에 양질의 컨텐츠를 공급하는 어떤 창구로서 DevRel이 작동하는 건데요, 회사마다 DevRel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결국 DevRel이 하는 일은 딱 한가지죠. 회사의 개발 역량을 커뮤니티에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개발자 생태계에서 회사의 인지도 및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 그 결과로 양질(?)의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기반의 조성 등이 될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DevRel은 무슨 일을 하나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DevRel 조직은 굉장히 많은 일을 합니다. 조직도 크고 해서 정말로 다양한 일을 하는데요, 큰 덩어리로 구분해 보자면 대략 네 개의 조직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커뮤니티 리더 지원 조직으로 여기에는 Microsoft MVP 팀이 있습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리더들이 있을텐데요, 그들 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나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그들이 맘편히 커뮤니티를 리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리더들은 보통 해당 분야에서 경력이 충분하기도 하거니와 커뮤니티 리더십도 충분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이들을 충분히 지원해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죠. 그들을 통해 계속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플랫폼을 사용하려는 신규 고객도 생기고, 기존 고객은 좀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하니까요. 또한 커뮤니티 리더의 입장에서는 커뮤니티 내의 다른 동료 개발자들과도 계속 교류를 하면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넓히기도 하고, 더불어 자신의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docs 팀이 있습니다. 이 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문서화를 담당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영어로 된 문서지만, 한국어를 포함한 각국의 언어로 지역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화를 위해 수많은 기술이 동원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에 더해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MS Learn을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이 손쉽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서비스/플랫폼을 이용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학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앞서 언급한 커뮤니티 리더들은 이 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문서와 이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개발자 커뮤니티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죠. 물론 커뮤니티 리더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이 아닌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라서 많은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서비스/플랫폼에 관련해 신랄한 비판도 많이 해 주시기도 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죠. 이러한 쓴소리들을 현장의 목소리로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제품/서비스/플랫폼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조직은 프로그램 매니저(Program Manager; PM) 조직입니다. 이 팀에 있는 PM들은 정말로 많은 일을 합니다. API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발자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각종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합니다. 또한, 각국에 있는 지사들의 마케팅 담당자들과 협업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아드보카시 팀과 협업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제가 속해 있는 클라우드 아드보카시 팀이 있습니다. 다른 팀과 달리 기본적으로 개발자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자체적인 컨텐츠 생산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를 활발히 쓴다던가,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올린다던가, 컨퍼런스나 밋업에서 발표를 많이 한다던가,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한다던가 하는... 사람들이죠. 이렇게만 놓고 보면 Microsoft MVP로 대변되는 커뮤니티 리더들이 하는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MVP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고, 저같은 클라우드 아드보캇은 회사 소속으로 월급 받아가면서 활동하는 차이가 있죠.
디벨로퍼 아드보캇은 무슨 일을 하나요?
DevRel이 하는 여러 활동 중에 저와 같은 클라우드 아드보캇은 디벨로퍼 아드보캇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개발자들의 대변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드보캇이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 또는 조직의 개발 역량과 문화를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에 전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받은 피드백을 회사로 전파하는 것입니다. 즉, 개발자 커뮤니티와 회사 사이에서 각자의 관점에서 해당 기술을 바라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매개자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기술 역량이 있어야 하고 아무래도 개발자 백그라운드가 필요하겠죠. 그래야 많은 기술적인 지식들을 바탕으로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테니까요. 대부분의 디벨로퍼 아드보캇이 개발자 출신인 이유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클라우드 아드보캇은 무슨 일을 하나요?
그렇다면 이 디벨로퍼 아드보캇의 한 형태로써 클라우드 아드보캇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무슨 일을 할까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해서 컨텐츠를 생산하고 컨텐츠의 소비자가 될 개발자들에게 각자의 회사가 좀 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그 컨텐츠를 통해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그러한 컨텐츠를 좀 더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하죠. 개인 블로그라든가, 팀 블로그, 밋업, 컨퍼런스, 비디오 등 정말로 다양한 방법으로 컨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컨텐츠를 개발자들이 접했을 때 항상 그 종착역은 앞서 언급한 DevRel 안의 또 다른 팀인 docs 팀에서 관리하는 웹사이트가 됩니다. MVP들과 협업을 통해 컨텐츠를 생산하기도 하고, PM들이 기획하거나 일정을 잡아둔 이벤트에서 컨텐츠를 발표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렇게 컨텐츠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개발자 커뮤니티와 항상 긴밀한 관계가 생기게 되는데, 그 때 커뮤니티로부터 받는 수많은 피드백들을 담당 개발 부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이 모든 것의 기반은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커뮤니티를 위해 컨텐츠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아드보캇이 하는 주된 역할입니다. 아래 그림은 실제로 클라우드 아드보캇이 하는 일을 도식화해서 나타낸 것입니다.
클라우드 아드보캇이 되려면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할까요?
먼저, 클라우드 아드보캇은 기본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컨텐츠는 애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애저 펑션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버리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겠죠. 따라서 개발 혹은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아주 유리합니다.
둘째로, 자신이 생산한 컨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컨텐츠를 확산시키는 방법은 아주 다양할 것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 오픈채널,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자신이 생산한, 그리고 동료들이 생산한 컨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하구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면 유리할 겁니다. 굳이 소셜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밋업이라든가 컨퍼런스에서 자주 발표를 한다든가 해서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유리하겠죠.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와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습니다. 커뮤니티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친화적인 커뮤니티부터 중립적인 커뮤니티, 그리고 적대적인 커뮤니티까지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할텐데요, 이 모두에 대해 별다른 편견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거나, 하고 싶거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분하다면 유리하겠죠. 이것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성"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스스로가 상대방을, 그리고 커뮤니티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꾸준한 소통을 이뤄낸다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저희 팀에서 한국을 베이스로 하는 클라우드 아드보캇을 모집합니다. 베이스는 한국이지만 100% 리모트(혹은 재택) 근무구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커뮤니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과 서비스, 제품, 클라우드 플랫폼을 소개하고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다시 관련 팀으로 전달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는 분명히 자격이 충분합니다. 더욱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트위터 @justinchronicle, 페이스북 justinchronicles, 그리고 이메일 justin.yoo 골뱅이 microsoft 쩜 com 으로 문의 주시면 최대한 신속하게 답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