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in read

2019년 회고

Justin Yoo

늦었지만 지난 2019년 회고 짤막하게라도 한토막.

딜로잇을 그만뒀다

남들은 엄청 좋다고 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데, 나름 거기서도 꽤 성과는 나고 있었다. 그런데, 딱 두 가지가 굉장히 힘들더라.

  1. 야근이 너무 많았음. 호주 회사가 야근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물론 대부분의 포지션은 야근 같은 것 없다. 야근하면 돈 더 줘야 하거덩. 그런데, 컨설팅 회사는 그런 거 없다. 성과 평가를 잘 받으려면 현재 플젝을 어떻게든 끝내야 하고, 만약 플젝이 늘어지면 그에 대한 보충은 개별 컨설턴트들이 하든가 팀에서 지원해 주든가 해야 함. 그런데 회사에서 추가 인원을 보충해 줄리가... 그래서 퇴근은 일찍 하지만 일거리를 집으로 싸들고 와서 했던 적이 너무나 많다. 올해 1월부터 그만두는 시점까지 야근 한 날보다 안 한 날이 훨씬 더 많았음.
  2.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제약이 많았음. 그냥 일반적인 커뮤니티 활동 – 참가만 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아무 문제 없음. 그런데 MVP로서 커뮤니티 활동은 어디 가서 발표도 하고 커뮤니티도 운영도 해야 하고 등등...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했는데, 딜로잇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스탠스는 강박적일만큼 제한적이어서 예전에는 그냥 할 수 있었지만 딜로잇 다니면서는 모든 것을 승인 받고 해야 했음. 그러면 그 승인이 빨리 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님. 그게 너무 힘들었음.

잠시 계약직

그래도 여기저기서 오라는 곳은 있어서 손가락만 빨고 살 수는 없으니 계약직으로 한 석달 근무했다. 이 석달 동안의 짧은 프로젝트가 나에게는 또 한번 DevOps 쪽으로 눈을 확 띄게 해줬던 굉장히 고마왔던 프로젝트였음. 정확히는 SRE 쪽으로 감을 잡게 됐음. 호주에서 가장 큰 에너지 (전기/가스) 회사였는데 전세계적으로도 애저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레퍼런스 회사중 하나였음. 거기서 작은 API 개발을 하나 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정말로 처음엔 하드코딩으로 일단 구조만 갖춰놓고 살을 조금씩 붙여가는 Walking Skeleton 모델을 채택하면서 모든 테스트가 코드로 관리되는 신기한 과정을 봤음. 처음엔 수동 테스트였지만, 한 번 제대로 돌아가면 그걸 스크립트로 만들어서 파이프라인 안에서 다 돌아가게 바꾸는 그 과정이 너무 좋았음.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포지션이긴 한데, 결국 입사하기로 결정했음. 사실 "돈"의 입장에서 보면 계속 계약직을 하는 게 맞음. 그렇지만 또 사람이 돈만 갖고 살 수 있나...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지. 그래서 결국엔 입사하기로 결정. 입사는 호주 마이크로소프트로 했으나, 곧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로 전근 예정. 지금은 이것 때문에 이사 준비한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음. 현재 삼개월 지났는데, 충성충성충성

주정부 프로젝트

딜로잇에 있으면서 올 상반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인데, 난 거기서 애저 DevOps SME로서 플랫폼 엔지니어링 파트에 참여했다. 회사는 계속해서 아틀라시안 스택을 밀었지만 고갱님이 애저 DevOps를 요구했음. 그래도 계속해서 밀어붙여서 지라, 컨플루언스에 애저 리포, 애저 파이프라인을 사용하는 조합으로까지 구조가 변경됐음. 그런데, 딜로잇이 어떤회사던가. 딜로잇의 회사 구조는 파트너쉽이다. 즉 각각의 팀이 사실은 개별 회사나 다름 없고 (파트너 펌 이라고 부름), 이들끼리 연대(?)/연합(?)해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는 구조임. 그러다보니 파트너 펌 간 자기네 매출 구조를 올려야 하니 TDA(Technical Design Authority)를 통해 수많은 조정이 시시 때때로 일어남. 결국 프로젝트는 TDA를 통해 많은 부분 변화가 일어났고 내가 있던 플랫폼 엔지니어링 파트는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팀이 됐음.

API 개발 프로젝트

딜로잇을 그만둔 후 잠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SRE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프로젝트였음. 어떻게 하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개발/배포/모니터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많이 했음. 여기서는 비지니스 분석가(Business Analyst; BA)와 협업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BA의 전형적인 "난 분석해 줬으니 나머진 니가해"와 같은 태도를 많이 봤음.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산출물만 던져주는 경우가 많았음.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과 좀 더 긴밀하게 일을 하면서 개발자의 언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줬음. 그랬더니 모두가 좋아하더라.

커뮤니티 활동

MVP로서, 클라우드 아드보캇으로서 꾸준히 블로깅도 하고 컨퍼런스에 가서 발표도 하고 하면서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 하나하나 소중한 기억이고 경험이지만 그중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 주간 블로깅: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해서 매주 블로그 포스트 두 개씩(하나는 영문, 하나는 국문) 쓰는 프로젝트를 했다.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는 일단락을 지었다. 중간에 출장도 겹치고 해서 챌린지도 있었는데, 어쨌든 많이 썼다. 가장 큰 수확은 꾸준글 연습을 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백로그에는 쓸 거리들이 넘쳐난다는 것.
  • 멜번 개발자 밋업: 작년까지만 해도 두 달에 한 번씩 밋업을 했는데, 올해는 매달 밋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사람들의 참여도가 정말 많이 늘었다. 그리고 자체 웹사이트도 만들었음. 하지만 이제 한국으로 전근을 가는지라 더이상 운영진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다른 분들께서 운영진 활동을 인수인계했다. 그분들은 나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시니 더욱 잘 될 듯. 흥해라 멜개!
  • 글로벌 애저 부트캠프: 서버리스 관련 주제로 발표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애저 펑션으로 그런 것도 할 수 있다고?" 같은 반응들...
  • 이그나잇 투어 서울: 서울에서 열린 이그나잇 투어 행사에서 이틀 동안 다섯 세션을 발표했다. ㄷㄷㄷ 너무 빡세긴 했는데, 그래도 재밌었음.
  • 대학생 워크샵: 서울대와 중앙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가 IaaS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얘기해 줬다.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했다시피 "그런게 있었어?" 였음.
  • PWA 워크샵: 조은님과 함께 공동으로 워크샵을 진행했다. 조은님은 PWA 파트를, 나는 깃헙 액션 파트를.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게 끝났음. 참가자들도 심화 과정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올해는 둘이서 정기적으로 워크샵 기본과정, 심화과정을 몇 번 더 열어볼까 싶다.

정도가 되지 싶다.

뒤돌아 보면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지만, 올해 2020년은 또다른 어메이징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사는 곳도 바뀌고, 하는 일도 바뀌고 등등... 화이팅이다!